2000년대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는 상징이었다. 상처받은 (혹은 그렇다고 믿었던) 아이들의 구세주, 이모(EMO)와 팝 펑크를 결합한 뭍 밴드들의 이상향, 이 흐름을 아니꼽게 바라보던 보수적인 음악 팬들의 제일가는 타도 대상. 인디 레이블을 돌며 멤버 교체와 수련을 겪다 메이저 데뷔를 이룬 신인 밴드가 거머쥔 권력으로는 거대했다. 그들의 편이든 편이 아니든, 2000년대 이모와 팝 펑크, 더 나아가 밴드 음악의 조류를 형성한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족적은 팝 펑크 유행이 다시 한번 돌아 메탈코어의 부흥으로 이어지는 2025년 오늘날에도 새천년 음악 역사에 선명히 새겨져 있다. 

이모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데뷔 앨범이 돌아온다. 2004년 발표한 밴드의 2집이자 메이저 데뷔작 [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의 발매 21주년 기념 디럭스 에디션이다. 멤버를 모으고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돌며 발표한 첫 번째 작품 [I Brought You My Bullets, You Brought Me Your Love]의 거친 매력을 다듬고 밴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록 오페라의 속성을 강화한 작품은 발표 1년 만에 미국 판매 플래티넘 인증을 받고 네 곡의 싱글을 발표하며 대중음악계에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이름을 알렸다. 

‘Helena’, ‘I’m Not Okay (I Promise)’, ‘The Ghost of You’, ‘Thank You For the Venom’, ‘You Know What They Do to Us Like Guys in Prison’ 등 플래티넘과 골드 성적을 기록한 히트곡에 힘입어 앨범은 지금까지 7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평단 역시 이모의 역사에서 이 앨범을 높이 평가한다. 발매 당시 스핀(Spin), 케랑(Kerrang!)과 같은 음악지에서 올해의 앨범 영예를 안았던 작품은 2016년 롤링 스톤(Rolling Stone) 매거진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이모 앨범 40장” 순위에서 [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를 10위에 올랐다. “밴드의 의도적인 혁명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선정의 변은 정확했다.

흥미롭게도 마이 케미컬 로맨스는 활동 내내 이모라는 장르 구분을 극도로 꺼렸다. 팀의 프론트맨 제라드 웨이(Gerard Way)가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2007년 한 대학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모는 쓰레기’라고 신랄하게 비판할 정도였다. 이모는 분명히 누군가가 만들었으나 누구도 그에 속하고 싶지 않아 했던 불편한 진심의 음악이었다.

펑크 록(Punk Rock)으로부터 태동하여 과격한 음악과 커뮤니티 활동으로 미국 언더그라운드 유행을 선도했던 하드코어의 한 챕터가 끝나고 등장한 이모는 하드코어의 고향 미국 워싱턴 D.C. 출신 라이츠 오브 스프링(Rites of Spring)과 이안 맥케이(Ian Mackaye)의 마이너 스레트(Minor Threat) 같은 팀들의 음악으로부터 출발했다. 정치적인 메시지와 호전적인 투쟁, 커뮤니티의 단결 등 사회적 메시지를 외쳤던 선배 밴드들과 달리, 새로운 밴드들은 상처받은 영혼의 우울과 스러져가는 생명에 공감하고 보다 서정적인 선율에 자기혐오를 내뱉으며 구원을 꿈꿨다. 이와 같은 흐름을 1986년 스래셔 매거진(Thrasher Magazine)이 처음 ‘이모코어(Emocore)’라 명명한 것이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이모 음악의 기원이다. 이안 맥케이와 수많은 밴드 구성원은 이 단어를 보이콧하고 비웃었으나,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상관하지 않았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는 이모의 하드코어 뿌리와 혼란스러운 감정을 계승했다. 만화가를 지망했던 제라드 웨이가 눈 앞에서 9/11 테러를 목격한 후 음악을 결심하며 만들어진 밴드는 첫 정규작  [I Brought You My Bullets, You Brought Me Your Love]에서 확인할 수 있듯 죽음, 우울, 절망, 실연을 거칠게 노래했다. 이런 면모는 [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에서도 이어져 ‘Thank You for the Venom’과 ‘It’s Not a Fashion Statement It’s a Deathwish’, ‘I Never Told You What I Do for a Living’ 등 거친 앨범 후반부를 형성하고 있다. 

동시에 밴드는 1980년대 영국 고딕 밴드들의 스타일링과 당대 유행으로 자리매김하던 팝 펑크 신의 캐치한 멜로디를 더할 줄 알았다. 미국 고등학교의 고정관념을 익살스레 표현한 사춘기 록 팬들의 송가 ‘I’m Not Okay (I Promise)’와 서정적인 상실의 록 발라드 ‘The Ghost Of You’, 오르간 연주와 함께 질주하며 합창을 유도하는 ‘The Jetset Life Is Gonna Kill You’가 접근성을 높이고 공감의 폭을 넓혔다. 그 하이라이트가 앨범의 포문을 여는 ‘Helena’다. 스케줄 때문에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제라드 웨이와 그의 동생 마이키 웨이의 후회와 충격으로부터 탄생한 이 노래는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순간에 무기력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4X 플래티넘 판매고와 함께 이모 진영을 상징하는 명곡으로 남았다. 이 곡의 록 오페라적 속성은 2년 후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Black Parade]에서 본격적으로 개화한다. 

[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의 21주년 디럭스 앨범은 새로운 커버와 엔지니어 리치 코스티(Rich Costey)가 담당한 2025년 버전의 새 믹스 음원, 2005년 BBC 라디오 1(BBC Radio 1)에서의 라이브 네 곡을 담고 있다. 2019년 재결합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다섯 번째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마이 케미컬 로맨스, 2025년 현재 북미 투어 전 회차를 매진시키며 여전한 록 팬들의 지지를 확인하고 있는 밴드의 출세작을 돌아보며 한껏 이모셔널(EMOtional) 해져보자. 

김도헌 (zener1218@gmail.com)